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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을 향한 사랑 2 – 취미의 역사

  • 작성자 사진: 춤추는늘보
    춤추는늘보
  • 8월 1일
  • 2분 분량

고상한 취미? 천박한 취미? 요즘은 이런 표현이 낡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누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느냐로 그 사람의 수준과 품격을 가늠하곤 했어요. 어떤 취미는 우아하고, 어떤 취미는 가볍다 여겨졌죠. ‘취미’라는 활동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시대에 따라 취미는 어떤 의미로 존재했을까요? 지난 편에 이어서, 이번엔 취미의 개념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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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중세: 계급과 품위를 드러내는 취미 🏹

지금처럼 누구나 자신의 취향대로 취미를 선택할 수 있었던 시대는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과거 사회에서 취미는 철저히 계급과 권력에 따라 제한되었거든요.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사대부 계층은 고동(골동품) 수집, 서화 감상, 매화·난초·대나무 키우기, 거문고 연주, 시창 같은 ‘고상한 취미’를 즐겼어요. 이런 취미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교양과 인격을 드러내는 도구였고, 그들의 사회적 위상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죠.


문방은 그런 사대부의 취미 공간이었어요. 책과 붓, 그림과 향, 그리고 시가 있는 공간. 그 안에서는 ‘진정한 애호’와 ‘탐닉’이 고결한 덕목으로 여겨졌고, 몰입과 감상은 정신 수양의 일부로 간주되었어요. 반면, 육체적인 활동이나 노동과 가까운 취미는 낮게 평가되었고, 가볍고 천한 것으로 치부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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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시대에도 수집벽이나 애호벽처럼 한 분야에 몰입하는 열정은 분명 존재했어요. 누군가에게는 옥석 감정이, 또 누군가에게는 매화 분재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근대: 대중화와 계몽의 도구 📚

20세기 초, 근대 국가가 형성되며 취미는 점점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해요. 애국계몽기와 일제강점기에는 교육과 더불어 ‘건전한 여가생활’을 권장하는 흐름이 생겼고, 학교와 사회교육 속에서 음악, 체육, 수공예 같은 취미 활동이 강조됐죠. 취미는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서서,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국민’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었어요.


이때부터 취미는 두 가지 얼굴을 갖게 돼요. 하나는 교양과 수양의 상징으로서의 취미. 또 하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문화로서의 취미. 그래서 어떤 활동은 고상하다고 여겨졌다가도 대중화되면 ‘흔해지고 천박해졌다’고 평가되곤 했죠. 피아노나 성악 같은 활동도 한때는 사대부 자녀 교육의 상징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동네 문화센터의 인기 강좌가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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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 시기부터 취미가 직업과 연결되기도 했어요. 공예, 음악, 무용 같은 활동이 전문성 있는 영역으로 발전하고, 일부는 생계 수단이 되기도 했죠. ‘취미가 일이 되는 일’, 지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예요.


현대: 다양성과 개인화의 시대 🎨

지금의 우리는 정말 다양한 취미 속에 살고 있어요. 클라이밍, 자수, 도예, 밀리터리, 음악 감상, 보드게임, 공예, 그리고 각종 디지털 취미까지. 누군가는 밤마다 재봉틀을 돌리고, 누군가는 주말마다 리듬게임을 하며 세상과 연결되죠. 이렇게나 다양한 취미가 가능해진 건, 누구나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 조금씩 갖춰졌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취미가 단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어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걸 얼마나 오래 했는지,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가 곧 자기소개가 되는 시대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취미를 콘텐츠로 만들고, 공유하고, 때로는 그것을 일로 삼기도 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공방을 차리거나, 온라인 클래스를 여는 사람들처럼요. 이제 취미는 완전히 사적인 영역만은 아니게 되었어요.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는, 또 하나의 자기 표현 방식이 된 거죠.


이제 취미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법’ 🌿

이렇게 돌아보면, 취미는 단지 한가한 사람의 여유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허락한 틀 안에서 사람들의 욕망과 개성이 흘러나온 결과물 같아요. 어떤 시대는 품격을 지키기 위해 취미를 가꿨고, 어떤 시대는 공동체를 위해 취미를 장려했으며, 또 어떤 시대는 그걸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했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그냥 좋아서 하는 일들’은 오랜 시간의 진화를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에요. 그렇다면 현재 사회에서는 나의 취미가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을까요? 솜씨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사회적 맥락에서 ‘취미’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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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춤추는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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